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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님의 체험수기 '해피엔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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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570회 작성일 16-06-2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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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
 
 
-박주원-
 
 
2014년 7월 13일, 소리기공 율본운동 수련 713일째.
며칠 전부터 갑자기 눈이 따갑더니 눈알을 문지르고 깜박이는 동작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사경증이 완치되려면 마지막에 시신경이 회복되어야 한다고 하던 어떤 한의사의 말이 떠올랐다. 등 구르기와 일본의 무병장수 비법인 ‘니시’ 건강법에 나오는 붕어 운동 자세로 비뚤어져 있는 척추를 교정했고, 어깨와 목을 스트레칭하거나 위 아래로 흔들어서 남아있는 석회화된 알갱이는 침이나, 거품, 가래 등으로 녹아 입으로 배출되느라 내 입 속과 혀는 빨갛게 헐어있다.
집에 돌아와서는 늘 그렇듯이 잠자리에 들기 전에 율본CD를 들으며 잠을 청하는데 갑자기 귀에서 마치 타이어의 바람이 빠지듯 슈우웅~하는 소리를 내며 10초정도 길고 강렬하게 탁기가 빠져나가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일까...아침에 목을 바로하고 걸을 수 있을 것만 같아 떨리는 마음으로 심호흡을 하고는 일어나서 앉아보았더니 항상 S자 모양으로 틀어져 있던 척추가 바로 선 느낌이다. 지난 3년이 넘는 세월동안 나를 괴롭히던 오른쪽 목, 어깨 근육이 팽팽하게 왼쪽과 균형을 이루며 나의 시선을 정면으로 고정시켜 주는 꽤나 안정감 있는 느낌이다.
예전에는 그저 너무 평범해서 느낄 가치도 없었던 육체의 편안함이 가져다주는 행복함을 만끽하며 최대한 몸을 움직이지 않고 천천히 일어나 보았더니 꽤 오랜 시간동안 거울 속에 고정된 나의 모습이 보였다.
씨익~하고 한번 웃어본다. 아프기 전 웃음기 가득했던 나의 미소가 아직 그대로인지, 예전의 그 모습이 그리웠던 까닭이리라.
 
2012년 7월의 어느 날.
‘위빠사나’ 10일 코스 명상 수련을 마치고 이를 소개시켜준 지인에게 인사차 전화를 했는데 명상 수련 후라 기감이 좋을 때이니 지금 소리기공을 하면 좋을 것 같다며 율본운동을 추천해 주었다.
지난 1년이 넘는 세월동안 양방, 한방 치료로 시작해서 ‘사경증’에 효과가 있다고 하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시도를 해 보았지만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절망감이었기에 이번에도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심정으로 율본운동 수련원에 가보기로 결심 했다.
간략하게나마 ‘사경증’을 설명 드린다면 뇌척주 관절 기능실조로 목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수축하여 우리 몸의 중심선이 깨어져 고개가 앞뒤 또는 좌우 등으로 기울어지고 돌아가는 질환으로 정면을 똑바로 주시하기 힘들며 목과 어깨 주위의 근육이 경직되어 목의 통증을 유발하는 난치성 질환이다.
 
2012년 8월 1일, 수련 첫날.
첫 번째 시간, 20분가량 진행된 수련은 생각보다 큰 징소리에 귀가 찢어질 것 같았지만 나도 모르게 살짝 벌어져 있는 양 손을 보며 기(氣)의 실체를 확인하고는 흥미로움을 넘어서 신비로웠다.
세 번째 시간, 양 손바닥 사이가 좀 더 넓은 간격으로 벌어지더니 손바닥 사이에는 둥근 공을 만지 듯 양손이 둥글게 원을 그리며 움직이기 시작했고 손바닥에 기(氣)를 모아 장풍을 날리는 무림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네 번째 시간, 딱딱하게 굳은 근육으로 비대해진 나의 목은 옆을 볼 때에는 목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몸통을 돌려서 봐야했던 그 돌덩이 같은 목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내 몸 안의 의사가 활동을 개시 했다.
한의원에서 추나 요법을 받던 그때의 느낌처럼 ‘기’라는 물리적인 에너지가 내 몸 안으로 들어와 내 목의 근육들을 이완시켰고 간지러운 곳을 긁어 주는 것처럼 시원하고 기분이 아주 좋았다.
다섯 번째 시간, 평소에는 절대로 움직일 수 없었던 나의 목이 좌우로 정신이 없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고 내 몸 안의 의사를 찾는 율본운동이야 말로 나를 사경증으로 부터 벗어나게 해 줄 치유법이라는 확신이 생기는 극적인 순간이었다.
그러나 첫날의 강렬했던 느낌에도 불구하고 수련을 시작하고 2달 동안은 증상이 더 나쁘게 나타났으며 시시때때로 근육을 수축시켜 목과 어깨를 잡아당겼고, 왼쪽 갈비뼈 안쪽의 내장이 꼬이고 조여 들어 말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목이 비뚤어져 있으니 음식을 삼킬 때도 항상 목에 걸려 소화가 잘 되지 않았고 누워있을 때도 몸이 자꾸 비틀어져 힘이 들어갔으며 손발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하지만 그동안 다양한 치료법을 경험하면서 치료자가 피 치료자인 나에게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을 의도적으로 심어주려 한 경우는 허다하였지만 내 인체가 체험을 통해서 스스로 ‘나을 수 있겠다’라는 확신을 가진 경우는 율본운동이 처음이었기에 나는 수련 첫날의 느낌을 신뢰하며 꾸준히 수련을 했다.
3개월 째 접어들어서도 몸은 여전히 힘들어서 집에서는 앉아 있거나 서 있는 것조차 할 수 없어 거의 누워있었으며 나에게는 모든 사람들이 행하는 일상의 행동마저도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부정적인 나의 몸과는 달리 내 마음은 긍정적 신호로 바뀌고 있었으며 그동안의 수련을 통해 얻은 성과는 치유의 시작은 몸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치유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사경증을 앓기 전 나는 외국에서 2년 6개월 동안의 대학 강사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부족했던 부분을 연구하고 현지에서의 경험을 베이스로 연구물을 작성하느라 내 몸이 망가져 가는 것도 모르고 밤을 지새우는 일들을 밥 먹듯이 했고 신경은 예민해져 조그만 일에도 화를 내며 타인에게 교만했었다.
비로소 나를 뒤돌아보며 전생, 현생에서 지은 나의 잘못된 행동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그것은 참회로 이어져 의도적이었든 의도하지 않았든 참 많은 죄를 짓고 살았음을 깨달으며 오랜 세월 나로 인해 고통 받았을 모든 이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는 기도로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편안해졌다.
4개월 째 접어드니 얼음장 같았던 손과 발, 복부의 냉기들이 빠져나가면서 인간답게 온기가 돌아왔다.
기(氣)가 복부로 들어가 꼬여있던 내장을 바로 펴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복부에서 목구멍까지 기가 흐르는 통로가 뚫린 듯 하더니 머리로 기(氣)가 들어가 탁기를 빼는 동작이 나온 것도 이 때쯤이다. 머리의 냉기가 녹아 코 뒤로 흘러내려 입으로 배출되는 형식으로 탁기인 냉기는 주로 거품과 가래로 빠져나왔고 근육은 여전히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마치 우주가 하나이듯이 목, 어깨, 팔 등으로 이어지는 근육들은 모두 하나로 연결이 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2013년 1월 수련 5개월째. 팔과 명치의 통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허다했고 몸 안의 가래가 목구멍으로 올라왔지만 목에 걸려 힘을 주어 가래를 뱉어냈다.
수련 6개월째. 온 몸에 기(氣)가 도는 것이 느껴졌다. 힘을 주지 않아도 수월하게 목에 걸려 있던 가래가 올라올 때도 있었고 가장 큰 문제였던 오른쪽 귀 뒤쪽의 딱딱한 근육이 많이 풀려 비대해진 목이 한결 가늘어지면서 귀에서는 냉기가 빠져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10개월 째. 머리가 욱신거리면서 경직되어 있던 뇌 근육이 조금씩 풀어지는 느낌과 함께 사경증을 앓으면서 머리카락이 50% 넘게 흰머리로 바뀌었는데 이때부터 조금씩 검은 머리카락이 다시 나기 시작하면서 돌처럼 굳어 있는 오른쪽 어깨근육도 통증을 유발하면서 풀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뭉쳐진 근육이 풀렸다가 굳어졌다가를 반복하는 상황에 많이 지쳐있었고 이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나는 참회록을 쓰기 시작했으며 윤동주의 슬프지만 멋들어진 그 참회록은 아니라도 진심을 다해 나만의 참회록을 쓰면서 생각보다 더딘 치유 속도를 인내하며 수련에 정진했다.
수련 1년 4개월쯤 목, 어깨의 딱딱한 부분에서 ‘뚜둑’하는 소리와 함께 알갱이들이 부서져 목, 어깨 근육은 많이 풀렸지만 여전히 내 몸 속 깊숙한 곳에 박혀 있는 석회화된 알갱이들은 남아 있었다. (나중에야 안 것이지만 돌같이 딱딱하게 석회화된 알갱이들이 근육의 수축을 유발하는 포인트였다.) 그 이후 목운동을 하고 나면 목에서 뚝뚝 거리며 뼈가 부서지는 것 같은 소리, 근육과 뼈가 찍~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이내 그 부분에서 가래가 올라왔다.
수련 19개월 째, 여전히 몸 속 군데군데(목, 어깨, 팔, 등) 석회화된 알갱이를 부수는 격렬한 동작으로 1회 수련이 끝나면 땀이 줄줄 흘러내렸고 온 몸에 기가 흐르면서 목, 어깨, 양쪽 옆구리, 복부 등 전 방위적인 통증으로 잠을 깨는 일이 허다했지만 다음날 일어나면 조금씩 가벼워지는 희열을 느끼기 시작했다.
걸을 때 오른쪽 목과 어깨가 많이 풀려 걸음을 걷는 것이 한결 편해지면서 한 걸음도 걷지 못하고 누워만 있던 시절을 생각하면 엄청난 발전이었으며 이때부터 온 머리가 욱신욱신하더니 뇌 근육이 살아 숨을 쉬듯이 움직이는 뇌 근육 운동이 시작되었고 시신경에도 미세하게 자극이 느껴졌다.
수련 22개월 째, 오른쪽 쇄골 근처에 박혀있던 석회화된 알갱이들이 풀리는 동작이 주로 나오면서 몸이 한결 더 가벼워졌고, 짧아졌던 오른쪽 목이 다시 길어져 왼쪽과 균형을 이루었다. 짧고 두꺼웠던 목은 몰라볼 정도로 예전 상태를 회복했으나 알갱이가 여전히 남아 있기에 수축과 이완은 반복되었다. 그러나 그 강도와 횟수는 현저히 줄어들었고 어깨는 아주 많이 가벼워졌다. 1달에 1번 정도 있던 두통이 사라진 지도 수개월이 지났다.
 
2014년 7월 13일, 소리기공 율본 운동 713일째.
때론 기쁘고, 때론 힘들며, 때론 지루했던 지난 2년간의 수련 기록은 여기서 잠시 멈추고 일기장을 덮고 다시 일어나 거울을 본다. 참회록을 쓴 구리거울 속의 윤동주는 슬픈 운명의 남자였지만, 거울 속 나는 여전히 씨익~웃고 있다.
앞으로 일기장에 얼마나 많은 페이지가 더해질지 알 수 없지만, 한 쪽 손은 운전대를 잡고, 다른 한 손은 목을 지탱하며 부산에서 함안까지 매주 2회씩 수련에 참석하는 것은 결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율본!, 소리기공 율본운동은 신이 내게 주신 첫 번째 선물이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언젠가는 내 일기장의 마지막은 ‘그리하여 사경증을 완치하였다.’로 쓰여 지리라.
그리고 해피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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